Monday, March 19, 2012
논문에 담긴 추억
옛날에 읽던 논문을 다시 꺼내 읽자니 그 때 생각이 모락모락 난다. 병특은 금요일에 끝났는데 그 주말에 바로 포항으로 내려가 그 다음 월요일부터 계절학기 수업 듣고 연구참여 하며 늦깎이 복학생 생활을 했었다. 3년간 병특을 하는 동안 추억이 깃든 포항에 다시 내려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늘 그려왔는데, 막상 빈 기숙사에 짐을 풀자 쓸쓸함부터 몰려왔었지. 장소는 거의 그대로인데 그 공간을 채우던 친구들은 대부분 떠나고 없는 것, 어딜 가나 내가 까마득한 선배이고 불편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욱 쓸쓸했었다. 지나갈 사람은 지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막상 그것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와닿지 않더라고... 그래도 도서관에 가는 것은 좋았다. 내가 저학번일 때에도 도서관은 원래 혼자 가는 곳이었으니까, 원래 공부는 외롭게 하는 것이었으니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선형대수학이며 SVM이며를 처음 공부하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었다. 통계학의 기초 개념도 모르면서 테크니컬한 통계 논문이며 기계학습 논문들을 읽는다고 도서관에서 머리를 끙끙 싸매고 있다가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며 누구누구가 도서관 옥상에서 뽀뽀하는 걸 목격한 추억을 회상하며 피식피식 웃고 방에 들어가면 또다시 정처없이 혼자고 그랬었다. 그렇게 읽던 논문이다... EM도 모르면서 variational inference를 보고 있었구나. 나이만큼 성숙하지 못했지만 나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방황하던 시절들, 그 때의 먹먹함이 이따위 JMLR 논문에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 참 뜬금없고 웃기지만 내 삶이고 추억이라는 것들이 대체로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