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18, 2011

튀빙엔에서의 여름 #1

고마운 기회를 얻어 여름 방학 동안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MPI - Max Planck Institute)에서 인턴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식으로 소속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자랑하는 것을 쑥쓰러워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헷갈리지만;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곳으로 제 전공 분야인 기계학습(ML - Machine Learning)은 그 유명한 버나드 쉘코프 박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에 오면 한번 뵐 수 있는 것인가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직 뵙지 못했네요.

십수시간의 비행을 거쳐 시카고에서 런던으로, 그리고 런던에서 스투트가르트로 이동한 후 공항 버스를 타고 연구소가 있는 튀빙엔에 도착.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연구소 근처에 도착했더니 풍경이 이랬습니다;


으아... 정말 아무것도 없죠? 저는 일리노이 대학이 있는 어바나 샴페인이나 퍼듀가 있는 웨스트 라피엣처럼 도시와 연구소가 어느 정도는 붙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도심으로부터는 버스로 10분 정도 거리가 있더라구요. 대충 내리면 연구소가 어디 있는지 뻔히 보이리라 짐작했던 저는 망연자실합니다. 어쩌겠어요, 길눈은 어둡고 가진 것은 튼튼한(?) 다리 뿐인데. 지도를 보고 무작정 걷습니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질질 끌면서... (사실 잘못 내렸습니다. 더 가까운 정류장이 있었더라구요...)


뜨거운 햇살 아래서 셀카를... 사실 제가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도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셀카고 뭐고 사진엔 썩 재능이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넘어갑니다.


올레! 드디어 표지판을 찾았습니다. 제가 길눈은 어두워도 사실 지도 보고 길은 잘 찾습니다. 문제는 다음에 또 와도 또 헤매고 지도를 봐야 한다는 것... 처음 갈 때는 잘 찾아가요.


더 자세한 표지판을 만나는 데 까지도 한참 걸어야 했지만, 길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발걸음은 그렇게 무겁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제가 묵게 될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으아, 정말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20시간 넘게 여행해서 찾아온 곳이니까... 도착한 시각은 금요일 오후 4시 경이었는데 여름 휴가 기간이라고 직원이 오후 2시에 벌써 퇴근해서 체크인도 바로 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게스트 하우스 내의 까페 직원이 전화로 담당 직원도 불러주고, 위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행색이 남루해진 제가 불쌍했는지 음료수도 하나 사줘서 맛있게 먹었죠. 다음에는 까페와 도서관, 그리고 식당이 함께 있는 멋진 게스트 하우스 소개를 하도록 할게요!